97cmⅩ97cm Mixed media on panel 2015
사이, 間 공은주
대상은 이미 재현이라는 과정을 통해 소외 되었으며 그로 인해 환영의 위치에 서게 된다.
나는 그 대상들을 이차원의 평면으로 소환하여 질료와 색채의 덩어리로 환원함으로써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간극 - 사이(間) -을 표현 하려고 한다.
나의 작업은 이차원의 평면(흑/백)에 운율 있는 마띠에르(matiere)로 구성된다.
나의 선과 점 그리고 구멍과 색채들은 화면 전체를 아우르며 충돌과 우연 그리고 분열로
자신을 드러낸다. 선과 점 그리고 구멍들은 일정한 방향으로 반복되는 반면 지속적인 덧칠과 지워짐은 화면 전체를 아우른다.
그리고 과장됨 없이 반복되는 행위들은 의지와 재현의 시간과 행위들로부터 탈각된다.
그들과 나는 구체적인 질료와 색, 그리고 구체적인 행위를 가지고 조우하게 됨으로써 기대하고 예측했던 의지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화면은 그 무엇으로도 영향 받지 않은 순수한 질료와 색채들로 넘쳐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오히려 화면은 전혀 예측하지 못한 움직임들로 가득 차게 된다.
때로는 거칠고 ,불규칙하게, 때로는 잔잔하고 고요하게 조화와 균열을 반복하게 된다.
이와 같은 반복의 시간을 채우는 그들은 더 이상 질료와 색채의 덩어리가 아니다 그들은 물(物)로 재탄생을 하는 것이다.
그들이 채운 반복의 시간은 그들이 화면으로 소환되면서 필연적으로 생긴 간극 - 사이(間) - 이기 때문이다.
사이(間)는 분투하는 질료들이 각축을 벌이는 장소 이며 에너지의 저장고이다.
질료들과 행위들은 사이(間)에서 쉼 없이 조화와 분열과 반복을 거듭하게 된다.
그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내부와 외부를 향하는 응축된 힘과 폭발하는 에너지를 필요로 하게 된다.
한편 사이(間)는 미지의 지형을 개방 하는 단초 일 뿐, 그 자신이 어떤 의미로 드러날 수는 없다.
질료들과 색채 그리고 나의 행위가 서로 어떤 관계를 개시 하는 그 순간 사이(間)는 생성된다.
그곳에서는 단지 질료이던 것이, 색의 덩어리 이던 것들이 물(物)로 격상되며, 화면은 물(物)의 품격으로 고양 된다.
충돌과 조화 사이.......
분열과 봉합 사이.......
우연과 필연 사이.......
무의미와 의미 사이.....
나는 다시 화면과 마주하게 된다. 화면은 여전히 질료와 색채로 넘쳐난다.
그러나 이제 화면은 더 이상 그 화면이 아니다.
우리의 만남도 그러하리라 분투하고 각축하는 사이(間)에서만
너와 나 그리고 우리가 있는 것은 아닐까........